"침묵의 살인자" 췌장암, 등 통증과 소화불량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결정적 이유

 췌장은 복강 내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장기로, 종양이 상당히 커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고, 진단 시점에 이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췌장암의 역학적 특성부터 진단 과정, 수술적 치료 방법, 그리고 수술 후 합병증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치료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췌장암의 진단과정과 조기발견의 어려움

췌장은 길이 약 15cm, 무게 70~120g 정도의 길고 납작한 장기로 머리, 몸통, 꼬리로 구분됩니다. 췌장의 머리 부분은 십이지장이 둘러싸고 있으며, 꼬리 부분은 비장과 인접해 있습니다. 췌장은 음식물 소화를 돕는 췌장액을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인슐린, 글루카곤을 분비하여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 기능을 담당합니다. 췌장암이란 췌장의 상피세포에서 기원한 악성 종양으로, 전체 췌장암의 90%를 차지하는 췌관선암을 일반적으로 지칭합니다.


2023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약 8,800건의 췌장암이 새로 발생하여 전체 암 발생의 3.2%를 차지했으나, 사망자는 7,600명으로 폐암, 간암, 대장암 다음으로 네 번째로 높은 사망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발생 건수 대비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췌장암이 얼마나 치명적인 질환인지를 보여줍니다. 생활 방식의 서구화로 인해 췌장암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간담도계 암 중 가장 많은 발생률과 사망자 수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췌장암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췌장이 복부 깊은 곳에 위치하여 종양이 상당히 커지기 전까지 주변 장기나 구조물을 압박하지 않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둘째,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복통, 소화불량, 식욕저하 등 다른 소화기 질환과 구분이 어려운 비특이적 증상들입니다. 

셋째, 확실한 검진용 특이적 피검사나 영상검사가 부족하고, 공인된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가 부재합니다. 

넷째, 조직검사를 위한 생검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부작용 위험이 높아 일반 건강검진에 포함시키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췌장암은 대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며, 이것이 높은 사망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췌장암의 치료방법과 단계별 검사

췌장암 진단을 위한 검사는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기본 혈액검사를 통해 간과 담도의 기능을 확인합니다. 빌리루빈, ALP, AST, ALT 같은 수치로 담즙 배출 상태와 간 기능을 평가하며, 신장 기능과 염증 수치도 함께 확인하여 치료 가능 여부를 판단합니다. 종양표지자인 CA19-9은 췌장암 환자에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참고 지표로 사용되지만, 이 수치만으로 췌장암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담도염이나 담석 등 다른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고, 췌장암이 있어도 정상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영상검사나 조직검사와 종합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초음파는 통증이 없고 방사선 노출이 없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검사이지만, 췌장 진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췌장이 배 뒤쪽 깊은 곳에 위치하고 주변에 위나 장 같은 공기가 찬 장기들이 있어 초음파가 잘 통과하지 못해 영상이 불명확하거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초음파 정상 소견이 췌장암이 없다는 것을 100%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췌장암 진단에서 가장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검사는 CT입니다. 조영제를 사용하여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면 췌장의 모양과 종양 위치를 비교적 정확히 볼 수 있으며, 수술 가능 여부와 병기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주변 혈관이나 장기 침범 여부, 림프절 전이, 간이나 복막 등 다른 부위로의 원격 전이 여부를 확인합니다. MRI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한 검사로 방사선 노출이 거의 없으며, 담관과 췌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선명하게 볼 수 있어 담즙과 췌장액이 흐르는 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황달이 있거나 담관이 늘어난 환자에게 유용합니다.


내시경 초음파(EUS)는 내시경 끝에 초음파 기계를 달아 위나 십이지장까지 들어간 후 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일반 초음파나 CT에서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병변이나 낭종도 선명하게 볼 수 있으며, 필요시 내시경 안의 얇은 바늘로 조직검사를 함께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면 내시경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대부분 큰 통증 없이 안전하게 시행됩니다.


췌장암의 수술 후 관리와 치료 전략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은 담도나 췌관이 막히거나 좁아졌을 때 원인을 확인하고 동시에 치료까지 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위내시경처럼 입으로 내시경을 넣어 십이지장까지 내려간 후, 담즙과 췌장액이 나오는 입구에 가는 관을 넣어 조영제를 주입하여 X레이로 관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ERCP의 역할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막힌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 방침을 정합니다. 

둘째, 막힌 부위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암인지 염증인지 구분합니다. 

셋째, 좁아진 곳을 넓히고 플라스틱이나 금속 스텐트를 넣어 담즙이 잘 빠지게 하여 황달과 가려움, 통증을 개선하고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안전하게 준비할 수 있게 합니다.


췌장암이 의심될 때 병원에서 진행하는 검사와 치료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복통, 체중 감소, 황달 같은 증상이 있거나 건강 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기본 혈액 검사로 담도 막힘이나 염증 여부를 확인합니다. 그다음 췌장 전용 조영 CT 또는 MRI, MRCP 같은 정밀 검사로 췌장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병변이 보이면 수술 가능 여부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평가하여 병기를 결정하고, 필요 시 내시경 초음파를 통해 조직 검사를 시행합니다. 종양 때문에 담관이 막혀 황달이 있는 경우 ERCP로 담즙을 빼주고 스텐트를 넣어 몸 상태를 안정 시킨 후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비 유전적 요인이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가족성 췌장암, 생식계 유전자 돌연변이, 유전성 만성 췌염 등이 있고, 비 유전적 요인으로는 흡연이 가장 대표적이며, 당뇨, 만성 췌장염, 고도 비만 등이 있습니다. 특히 50세 이후 갑작스럽게 혈당이 상승하거나 체중 감소를 동반한 새로운 당뇨병, 기존 당뇨가 갑자기 조절되지 않는 경우 췌장암을 의심해야 합니다. 췌장암의 증상은 발생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기면 담관을 막아 황달이 비교적 일찍 나타나지만, 췌장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발생하면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암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함께 위험 요인에 대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흡연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체중 유지, 과음을 하지 않는 것이 모든 질병 예방의 기본입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 당뇨병 등 위험 요인을 가진 분들은 더욱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췌장은 깊은 곳에 숨어 있어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검사 과정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의료진이 어떤 검사가 언제 필요한지 결정하며, 이 과정을 통해 최대한 정확하고 안전하게 진단과 치료가 진행됩니다. 췌장암은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 없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췌장 건강 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모든 분들이 건강을 유지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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